2013년 11월 16일 토요일

제 생일에 저희 딸기가 어머니를 구하고 제 곁을 떠났습니다.

4년전 여름 제 여동생이 고3이었던때 학교를 마치고 딸기쥬스 하나 사서 집에 걸어올때 비루한 행색으로 헥헥 거리며 동생 주변을 맴돌던 어린 유기견 강아지 한마리. 측은한 마음에 동생은 마시던 딸기쥬스를 쪼그려앉아 그 강아지에게 먹여줬는데 이 녀석이 글쎄 다 먹고 나서 집에 돌아가는 동생을 졸졸 쫓아왔답니다. 집으로 가는길은 꽤 멀었고 많은 도로를 건너야해서 동생이 위험하니까 쫒아오지 말라는 시늉을 했지만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생 옆에서 같이 얌전히 기다리고 마치 맹인 안내견 마냥 동생 옆에 딱 붙어서 40여분이 걸리는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답니다. 집에 도착하자 마치 자기집인냥 먼저 들어간 그 유기견은 어머니의 호통(?)에도 불구하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마치 10년은 함께한 우리 가족인냥 얌전히 있었답니다. 어쩔 수 없이 너무 지저분한 그녀석을 씻기고 어찌 할지 고민하며 때마침 놀러온 동생 친구와 동생을 위해 어머니께선 치킨을 시켜주셨고 곧 배달하시는 분이 오셨는데... 아니 글쎄... 이 녀석이 자기도 이 집에 온지 한시간도 채 안된 녀석이 배달하시는 분이 오시자 치킨 냄새 따윈 안중에도 없는지 집이 떠나가라 짖으며 못 들어오게 막는것이 아니겠습니까? 그 광경을 보며 어머니와 동생, 그리고 동생 친구는 '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' 하며 한바탕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그날 저녁 직장에서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께도 이 녀석은 여지 없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태세를 보여 아버지께선 당시 군에 있어서 비어있던 제 방으로 피신하실 정도였습니다. 당시 아버지 말씀으로 "내가 그날 술을 꽤 마셨는데 저 놈 때문에 놀라서 정신이 퍼뜩들정도였다. 이 집 주인은 난데 오늘 온 주제에 아주 괘씸한놈이야!!" 라며 껄껄 웃으며 말해주셨지요. 그리고 결국... 녀석은 동생의 딸기 쥬스를 얻어먹고 와서 딸기라는 이름을 지어서 우리 집 막내 아들이 되었습니다. 아버지께선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으셨지만 첫 대면시 파격적이고 임펙트 있어 보이던 녀석이 이뻐보이셨는지 오히려 가족들 중에서 딸기를 가장 많이 챙겨주실 정도였고 혹시 주인이 잃어버린게 아닐까 하여 알아봤으나 한달여동안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처음 올 당시 치아를 보니 한 살이 채 안되었다 했고 피부병과 영양실조가 있었던 딸기는 극진한 보살핌과 치료 후 완쾌 되어 저희 집에 한 식구로 눌러앉게 되었습니다. 이후 워낙 붙임성 좋고 꽤나 똑똑했던 딸기는 가족들의 사랑을 온 몸으로 받으며 명실상부한 막내 아들로 자리매김하여 절 포함한 온 가족의 사랑 받으며 4년여의 시간동안 많은 추억을 만들며 함께 지냈습니다. 딸기 덕분에 어머니의 우울증이 호전되었고 아버지께서도 퇴근 후 딸기의 재롱을 보며 웃으셨고 동생도 금이야 옥이야 하며 딸기를 아꼈으며 저 역시 정말 막내동생처럼 여기며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서 이녀석을 부비부비하며 마음의 힐링을 얻었습니다. 뽐뿌에서가죠왔어요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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